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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세무공무원 시험, 이렇게 바꾸자
임명규 기자 l

입력시간 | 2019-07-05 08:18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지난 6월 25일 인사혁신처는 9급 세무공무원 공채시험의 선택과목에서 고교과목(사회·과학·수학)을 제외하고 전문과목(세법개론·회계학·행정학개론)을 필수화하는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대학에 있는 필자로서는 제자들이 응시하는 세무공무원 시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관심을 많이 갖게 된다.

현재의 9급 세무공무원 시험은 5과목인데, 기본소양을 평가하는 필수과목 3과목(국어·영어·한국사)과 전문지식을 평가하는 선택과목 2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수험생들은 필수과목 3과목에 추가해 선택과목 6과목(세법개론·회계학·행정학개론·사회·과학·수학) 중 2과목만 선택해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선택과목 6과목 중 세법개론·회계학·행정학개론은 '전문과목'으로 분류되고 사회·과학·수학은 '고교과목'으로 분류된다.

9급 세무공무원 시험과목에 고교과목인 사회·과학·수학을 포함하는 것은 고졸자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 도입돼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됐지만, 그동안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현행 9급 세무공무원시험의 문제점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험생들이 선택과목 6과목 중 2과목만 선택하면 되므로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한 수험생들도 어려운 전문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고교과목을 응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로 임용된 세무공무원들이 회계와 세법을 잘 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8년 세무직 9급 공채 합격자 중 전문과목을 하나도 선택하지 않은 비율이 65.5% 수준이다. 즉, 세법개론·회계학·행정학개론을 전혀 모르고 합격한 9급 세무공무원이 65.5%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무행정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7급 세무공무원 시험에는 헌법·세법·회계학·경제학이 이미 필수과목이어서 이러한 문제가 없다.

둘째, 고교 졸업자 중 9급 세무공무원시험의 최종합격자수는 매년 10명 이하로서 전체 합격자의 1% 미만으로 매우 적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졸자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려고 한 당초의 정책 효과가 미미했다.

결국 고교과목 3과목과 전문과목 3과목 중 2개 과목만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고교 졸업자의 9급 세무공무원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당초 목표가 빗나갔다. 고교 졸업자의 합격은 증가하지 않는 반면, 세무공무원의 전문지식 하락만 가져온 것이다.

이 제도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도입됐으나 선의와는 달리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이 부각됐다.

제자들이 9급 세무공무원 공채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보아온 필자로서는 학생들이 세무공무원으로서 꼭 필요한 전공지식(회계학과 세법개론)을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수학을 공부하는 것을 보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합격하고자 하는 제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고친다니 다행이다.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의 정책 선회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선한 의도의 정책이라도 옳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정책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개정을 통해 "직무역량을 갖춘 인재의 공직 진출이 확대돼 대국민 행정서비스의 품질이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먼저 행정학개론을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소양과 사명감을 갖추기 위해서는 행정학에 대한 기본개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유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자칫 '전공 이기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어·영어·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는 것에 대한 반대주장도 존재한다. 공무원이라면 우리나라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세무공무원 업무를 수행하는데 행정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어·영어·한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개선안을 생각해본다.

첫째, 세무공무원의 역할 수행에 꼭 필요한 전문과목이 아닌 필수과목(국어·영어·한국사)은 계속 필수과목으로 하되,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합격판정시 제외하는 방안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국어·영어·한국사는 합격과 불합격으로만 판정하고 합격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전문과목(세법개론·회계학·행정학개론) 점수만을 이용해서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참고로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영어과목을 삭제하고 토익 700점 이상 등 일정 영어점수 요건을 갖춘 수험생만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필수과목 도입의 취지는 살리되, 전문과목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이 합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직무역량을 갖춘 인재의 공직 진출이 확대돼 대국민 행정서비스의 품질이 한층 향상될 것"이라는 인사혁신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

둘째, 공무원임용시험에서 평가할 과목과 지속적 전문교육(continued professional education, CPE)에서 교육할 내용을 분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필수과목인 국어·영어·한국사에 대해서는 임용시험에서는 합격 여부만 판단하고 임용 후 필요한 경우에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보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 본래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국민이 잘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 임용시험부터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더구나 현 정부에서는 공무원의 수를 늘린다고 하니 공무원 시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완벽한 시험제도는 존재하지 않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열심히 준비하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봉사할 수험생들이 공무원에 합격하는 시험제도가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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