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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
이상원 기자 l

입력시간 | 2019-05-13 18:03

[세무칼럼]김경조 삼정회계법인 조세본부 부장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바로 잡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세법에도 있다. 바로 경정청구다. 세무서장에게 과거의 오류를 바르게 정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 신고기한 경과 후 5년 이내(결정 등의 경우 그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의 일만 되돌릴 수 있다.

심지어 더 과거로 시계를 돌릴 수 있는 기회도 허용된다. 경정청구 기회를 놓쳤더라도 당초의 신고나 부과처분 시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유(판결이나 결정·경정 등)가 뒤늦게 발생한 경우, 세법은 예외적으로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후발적 경정청구라고 한다.

하지만,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한 시간여행에는 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먼저 법령으로 정해진 일정한 사유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청구할 수 있는 기간도 상당히 짧다.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기산점)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만 한다.

사유와 기간에 제약이 많은 만큼, 다툼도 많다. 특히 후발적 경정청구의 기산점에 대해서는 납세자에게 불리한 대법원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과거의 한 사례를 소개한다.

2014년 1월, 법인영업팀 팀장이었던 A씨는 배임수재 등의 범죄사실로 추징판결을 선고받고, 그해 8월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5년 3월 과세관청은 '위법소득이 모두 추징되더라도 배임수재 등으로 수령했던 금품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에 해당한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A씨에게 2007년 귀속의 종합소득세를 부과처분 한다. 추징금으로 손에 쥔 돈이 없는 A씨가 세금까지 내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7월, A씨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나타났다. 위법소득에 대해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했더라도, 몰수나 추징으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사유가 뒤늦게 발생하게 된다면,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대법원 2015.7.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이 추징된 경우에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된다던 기존의 판결들이 뒤집어 진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 힘을 얻은 A씨는 본인이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는 사유를 들어 판결 직후인 2015년 8월, 곧장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를 제기했고, 이 청구 역시 소송절차를 밟아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대법원은 종전의 판결과 A씨의 사건이 동일하지 않다고 봤다. A씨 사례와 같이 법령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것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몰수·추징이 발생한 사실을 안 날'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A씨처럼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례가 변경되었음을 안 날'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씨의 후발적 경정청구는 추징액을 납부한 날로부터 2개월(현재 3개월)의 기간이 지난 청구로써,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대법원 2017.8.23. 선고 2017두38812 판결).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납세자에게 불리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로 보여진다. 납세자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고 그 법령해석을 신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몰수·추징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2개월(현재 3개월)이내에, 전문가가 아닌 납세자에게 종전 대법원 판결이 바뀔 것을 기대하며 적극적인 권리행사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다.

이는 위의 사례에서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권리구제 신청기간이 지난 후에 법령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는 대법원 판결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법령에 효력이 없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법령을 해석하고 제정한 국가를 신뢰해 불복 등으로 나아가지 않았던 납세자에게 권리구제의 기회를 줘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일본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2006년, 국세통칙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국세청의 법령해석이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대법원은 종전부터 후발적 경정청구의 본질이 납세자의 권리구제 확대에 있음을 분명하게 밝혀오고 있다.

종전의 법령해석을 신뢰하여 통상의 경정청구 등으로 나아가지 않았던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이들에게도 바르게 변경된 대법원의 법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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